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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

네시 (4 O'CLOCK) by. R&V of BTS

by 70억개의빛으로빛나는 2021. 12. 27.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친구의 안내(?)로 믹스테이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사운드클라우드(Sound Cloud)라는 어플을 이용해 방탄소년단의 비공식 음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정보였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생각보다 방탄이들이 공개해준 선물같은 곡들이 정말 많았다.

그 중에서 듣자마자 멍때리다 눈물을 훔친 곡이 네시라는 곡인데

가수 이름 센스 ㅋㅋ 알엔뷔... (아, 아니 이게 아니지)

방탄을 알기 전에도, 알게 된 후에도 사실 뷔와 알엠의 목소리에 크게 끌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난한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처음엔 알엔뷔가 웃겨서 눌렀고, 목소리를 듣자마자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새벽 네시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에

한곡 반복을 눌렀다.

크게 힘주어서 부르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기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느 새벽 네시에 집 근처 공원이나 길에서 느낄법한 잔잔한 목소리에

감수성 터지는 가사 때문인지 저절로 푸른 밤에 뜬 조각 달빛이 생각나는 노래가 되었다.

새벽 네시에 잠에 들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만한 가사이다.

현실의 삶이 팍팍하고 여기저기서 조여오는 압박감에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정말 괴로웠던 적이 있다.

낮이 너무 밝아서 어디 피할 그늘조차 없는게 너무 숨이 막혔고

그런 내겐 잠시 쉬어갈 그늘이나 지저귀는 새소리가 예쁜 공원도 없었다.

늘 자동차, 사람, 기계, 지하철 등 생활 속 소음들로 가득차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에서의 새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새가 울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 때는 몰랐다. 바쁘게 살면, 열심히 살면 모든게 다 괜찮을거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살다 쌓이는 스트레스는 어찌 할 겨를이 없이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결국 하던일을 멈췄다.

도저히 그 공간에서 1분도 있을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혀오고 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들면서 타인의 눈이 마치 사람의 눈이 아닌 것 마냥, 무서웠다.

나를 보는게 무섭고, 나를 보고 웃는 것도 무서웠다.

그렇게 나는 도망쳤다.

퇴사를 하면 괜찮겠지, 조금만 쉬다가 다시 일을 해야지 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며칠은 잠만 잤다. 눈을 뜨고 있는게 괴로워서 꿈속으로 도망쳤다.

식음을 전폐하고 낮이나 밤이나 잠만 잤다.

중간에 깨더라도 그저 시간과 날짜확인, 그리고 가족에게 생존신고 정도의 연락만을 간간히 해대며

한 5일정도는 그렇게 잠만 잔 것 같다. 5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마저도 중간에 깨는게 스스로 버거웠다.

5일째 되던 날인지 6일째인지 알 수 없지만, 긴긴 잠에서 깨어나보니 새벽 3시였다.

서울에서의 새벽 3시는 시끄러운 줄 알았는데

그 날은 유난히 조용했다. 

그 때 온 세상은 푸르름이 시작된 6월, 초여름이었다.

조금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바람이 섞여 부는 그 밤은, 내게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근처 공원에 올라가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그 시간의 공기가 꽤나 위로가 되었다.

공원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그 날의 작은 초승달이 연못에 비춰 일렁였다.

미지근하면서도 상쾌한 기분 좋은 공기, 바람에 가지를 흔들며 인사하던 아카시아나무,

작은 달빛 가득 머금은 연못까지.

그 순간이 주는 위로가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일렁이는 달빛을 보며, 간간히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그 공원에 있던 나무, 벤치, 연못, 꽃, 공기, 달빛, 고양이, 찌르찌르 풀벌레 소리.

그 모든 게 나를 감싸고 괜찮다 토닥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보니, 드디어 깊지도 않은 마음 속 문 앞에 

내가 외면하며 관심갖지 않았던 내 안의 나를 발견했다.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어깨를 토닥여준, 진짜 내면의 나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남들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이유로, 쉼조차 사치라고 생각해서

그동안 외면하고 피해왔던 나였는데, 그런 나를 작은 미소를 띈 채 바라보는

진짜 나를 발견했다.

정말 미안했다. 더 바쁘게 일하고 더 바쁘게 살으라고 보채고 닥달했던 게

그러면서 아프진 않은지, 정말 괜찮은지 묻지 않았던 게

나는 나니까 이렇게 보채는 나를 너는 이해하겠지 하며 무시한 게

그 모든게 미안하고 아팠다.

그 날 새벽 네시에 일어난 작은 기적이었다.

 

네시라는 노래를 듣고, 목소리에 놀랐지만

가사를 보고 6월의 작은 공원에서 일어난 기적같던 일이 생각나

또 눈물을 흘렸더랬다.

이 때의 눈물은 그 때의 눈물처럼 아픈 눈물이 아니라

나도 그랬었어, 나도 발가벗겨진 낮의 햇빛을 피해 작은 조각 달빛 아래에서

부서진 나를 발견했었어.

이런 공감의 눈물이었다.

울고나서 그들이 힘들었다던 그 즈음에 만든 노래라는 걸 알게됬다.

그랬구나.

그 때의 너희들도 까만 밤이 푸르를만큼,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는게 두려울만큼 힘들었구나...

여러 스케줄들을 소화하며 눈코뜰새 없이 바빴을텐데

어스름한 새벽, 까만 하늘에 작은 달빛에 기대어 너희의 부서진 내면을 줍고있었구나...

그 날의 내가 그랬듯이,

만약 내 앞에 그들이 그렇게 울고있었다면

꼭 안아주고싶다.

괜찮다고 어깨를 토닥이며

그냥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싶다.

그런 시간들을 견뎌내고 잘 성장해서 이렇게 멋진 가수가 되었구나 싶다...

 

나는 이 노래를 알게 되고 나서도

가끔 그 공기가 그리워서 새벽에 나가보곤 한다.

그치만 그 날 처럼 공기가 미지근하지도, 나무가 푸르지도, 달빛이 일렁이지도 않았다.

지금 내가 꽤나 단단해졌다는 반증이겠지.

이렇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노래들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날이 너무 춥지만,

날이 조금 풀리면 새벽 네시의 공기와 달빛 아래 푸른 나무들을 보러 나가봐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1ul6HIKj5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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