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데뷔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현생을 치열하게 사느라 대중음악에 별 관심이 없었고, 당연히 방탄소년단이 데뷔 5년 차, 6년 차가 넘어가도록
나는 그들을 알지 못했다. 그래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소홀히 하지 않았던 터라 왠만한 유명하다는 노래들은
들어 알고있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열심히 현생을 견뎌내는 중,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분이 처지고 마음이 불편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들어오던 음악들이 빛을 잃고, 마음에 와닿지 않으며 즐겁지 않게 됬다.
늘 즐겁게 듣던 노래들이 좀처럼 마음에 즐겁게 와닿지 않는 것이다.
플레이리스트를 싹 갈아엎었다.
전부 삭제하고 아예 알지 못하는 가수의 음악들을 들어보겠노라, 새로운 자극으로 나를 전환해보겠노라 다짐하며.
발매된 앨범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앨범 표지가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 : 7이었다.
7이라는 숫자가 가진 모양, 색깔, 크기 뭐가 되었든 앨범 표지가 직관적이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했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전부 플레이했다.
그때만 해도 방탄소년단이 누구인지 몰랐던 나는, 그들의 목소리와 노래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처음에만 그랬다.
그 와중에도 독특한 도입부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어딘가 불안하면서도 울부짖는듯한 랩과
갈수록 고조되는 배경 사운드, 불안해하는 스스로를 단숨에 반전시키는 강렬한 마무리.
바로 슈가의 Interlude : Shadow이다.
알람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경고음 같은 효과음이 불안함을 고조시키는 것 같았다.
작게 읊조리듯 시작한 노래가 점점 울부짖더니 화내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과연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대단한 기승전결이었다.
어떤 노래나 이야기던지 기승전결이 있는데, 이 노래는 그야말로 정말 완벽한 기승전결이었다.
4분 20초에 살아온 인생의 서사가 완벽하게 매치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 노래를 접했던 아직 추웠던 봄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생각했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과, 만든 사람은 같은 사람인 걸까? 가사를 표현하는 감정이 너무나도 적나라해 가슴을 때리는 것 같다.
한동안 이 노래에 빠져 다른 노래는 듣지 않았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고, 그것들을 이루며 살다 보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인생이 내가 생각한 그대로 아름다울 것만 같았는데
다 이루지도, 그 모든 게 전부 아름답지도 않았다.
늘 굶주렸고, 늘 애달팠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아는 나는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고, 진정 내가 원한 삶이 무엇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는 걸었는데, 잠시 멈춰보니 내가 어느 곳에 서있는지 모르겠는
아이러니와 마주하게 된 시점이었다.
노래에서 내 안의 나와 내가 대화하는 듯한 전개에서
나 역시 내 안에 있는 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내 안의 나를 외면한 채 이루어낸 모든 것들이
과연 내가 이룬 것이 맞는가, 진짜 내가 원한 것이 맞는가.
빛이 강하게 비출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는 작은 이치에 빗대어진
내 안의 나와 또 다른 나.
슈가는 멤버와 팬들이 함께한다면 추락은 두려워도 착륙은 두렵지 않다고 했다.
각자의 삶에도 추락과 착륙이라는 선택지와 흐름이 있을 텐데
나 역시도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생각할 때 추락이 아닌 착륙을 위해 날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뛰고 날고 있음이 언젠가 추락이 아닌 착륙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조금은 덜 무서울 것 같다.
세상에는 웬만한 것들은 다 짝이 있다.
빛과 어둠은 극과 극인 것 같지만 늘 함께 불리는 짝이다.
천사와 악마, 물과 기름, 흑과 백, 하늘과 땅 등
절대 같이 불리지 않을 것 같지만, 늘 같이 불린다.
빛과 어둠 또한 그렇다.
어둠 없는 빛은 없고, 빛없는 어둠은 없다.
밝은 대낮에도 그림자는 있고, 캄캄한 밤에도 달과 별이 있다.
내 안에도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빛만 따라가느라 내게 길어진 그림자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 노래 덕분에 지쳐가던 내 안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나의 어두움 또한 보듬고 안아줄 수 있는 품이 생겼다.
나를 위로하고 토닥일 수 있는 건 세상에 너무나도 많지만,
그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열쇠는 바로 '나' 뿐이다.
나라는 열쇠를 잃어버린다면, 어둠 속에서 헤매는 내 안의 나를 그 무엇도 위로해줄 수가 없다.
나를 위로하는 것도 나, 나를 다독이는 것도 나, 나를 채근하는 것도 나.
내가 허락했기에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회복하는 방법을 몰라서, 또는 그럴 여유가 없어서, 아니면 귀찮아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며 살아간다.
병이 들고 손을 쓸 수 없을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가다 주저앉아버린다.
부디 스스로를 그 절벽으로 내몰지 말자.
모든 어려움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열쇠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
깊은 깨달음과 지혜를 얻게 해 준 이 노래 한곡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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