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보고, 어릴적 좋아했던 신화의 First Love를 떠올렸다.
그때도 참 좋아했는데 그 노래.
그런데, 슈가의 노래를 듣고는 참 다른 차원의 노래임을 알게 되었다.
보통 첫사랑이라 함은, 이성간의 사랑으로 여기기 마련인데
슈가의 First Love의 대상은 '갈색피아노'였나보다.
힙합음악인데, 분명 랩인데...?
너무나도 슬프고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이란...
우리 윤기는 첫사랑도 지독하게 앓았나보다...(ㅋㅋㅋ)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윤기에게 피아노같은 존재가
나에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였지?
하고 거의 20년을 잊고 지낸 무언가가 아른거렸던 것 같다.
길을 걸으며, 출퇴근을 하며, 쉬며, 잠들기 전 누워
노래를 듣고 또 들어도
윤기의 눈물섞인 호흡만이 메아리 쳐 돌아올 뿐
내가 잊고 지낸 그 무언가는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은 안개 속에서 있는 듯한
약간의 답답함을 가지고 지냈다.
그리고 주말의 어느 날, 날씨도 좋고 햇살도 맑았던 날
학창시절을 보냈던 동네에 있는 작은 산에 가 보았다.
지금은 이사를 해서 그 동네에 갈일이 없지만
초,중,고등학교를 그 동네에서 다녔기에
주말이면 아빠와 동생과 등산을 심심찮게 다녔었다.
지금 사는 곳과도 많이 멀지는 않아서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데,
그 날은 왠지 추억이 깃든 그 산에 가보고싶었다.
간단하게 장비를 챙겨 차를 몰고 그 동네로 향했다.
고도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어릴적 기억에 꽤나 힘들게 올랐던 것 같다.
힘들게 오르고 나면 체력적 한계치를 넘겨서일까
내려오는 길에는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다.
콧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어내려오기도 했다.
청소년기였던 그 때를 떠올리며
산을 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높은 전망대로 오를 수 있었다.
날씨가 맑고 단풍이 절정일 때라
한낮에 보는 도시의 풍경이 꽤나 청량하고 예뻤다.
그 때, 문득 윤기의 First Love가 떠올랐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틀었다.
노래 후반부에서 감정이 북받쳤는지
꽤나 격한 호흡과 랩을 뱉어내는 윤기의 목소리가
왠지 마음을 두드렸던 것 같다.
내 안에도 이렇게 울부짖으며 꺼내달라고, 알아봐달라고 하는 무언가가 있었던가...?
한참 도시풍경을 바라보며 노래를 듣고 있을 때
중학교시절이 생각이 났다.
나는 그림을 배운적은 없지만 꽤 잘 그렸던 것 같다.
특히 수채화를 좋아해서 다양한 물감을 물에 녹여 연한 색으로 풍경을 물들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과 음악을 좋아했고, 중학교 3년 내내 미술 선생님께 칭찬을 들으며
미술부원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 때는 무용을 배우고 있었던 터라 미술 선생님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좋아하던 무용을 살려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예고 진학을 포기해야했다.
그러면서 붓도 함께 내려놓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하면서는
단 한번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무용 또한 그러했다.
그렇게 생이별을 했다.
그 기억이 어렴풋이 고개를 드는 순간
눈물이 차올랐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동네 산이라 다행히 전망대에도 사람은 없었다.
그 기회를 틈타
내 안에서 터져나오는 First Love로 인해 꽤 오랜 시간동안 고생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귀에서는 노래도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작게 열린 틈으로 터져나오는 빛바랜 바람들이
멈추지 않는 노래에 맞춰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에게 First Love는 '그림'과 '무용'이었던 것 같다.
고전무용을 했기에 예쁜 색깔의 치마를 입고
뱅글뱅글 돌 때마다 나팔꽃 꽃잎처럼 예쁘게 퍼지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늘 캔버스에 옮겨 그리곤 했다.
어느날은 분홍색 풀치마, 어느날은 하늘색 풀치마, 어느날은 연보라색 풀치마.
고전무용을 해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예쁜 풀치마 때문에 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모습이 예뻐서 무용을 시작했고
그림에 옮겼다.
3학년 2학기, 고등학교 진학문제를 두고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나는 예고가 가고싶었고
부모님은 공부를 하길 바라셨고
담임선생님은 기왕이면 특성화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어하셨다.
부모님의 지지를 얻지 못한 나는
무슨 객기였는지
인문고도 특성화고도 다 싫다고
공부도 예능도 싫다고
상업계열 고등학교를 가겠다고 버텼다.
교장선생님까지 나서는 소동까지 일으켰다 내가.
그래서 그렇게 생이별했던 어린날의 나의 꿈.
예쁘기만 했던 나의 꿈.
지금은 그 꿈을 이루고싶다는 생각은 없고,
단지 취미로라도 곁에 '살려두고'싶은 마음에
조금씩 드로잉을 시작했다.
많이 미안했다.
그렇게 너를 보내는게 아니었는데...
적어도 이유라도 알려주고, 적당히 마음을 떼고 이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돌아서서 미안했다.
너만 괜찮다면, 이제라도
내 손 끝에서 숨을 틔워주겠니.
그렇게 화해하게 만들어준 노래다.
SUGA의 First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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