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Zero O'Clock) by_BTS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나온 두 번의 봄이 막 떠나갈 무렵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예능프로그램에 종종 나오던 '불타오르네'라는 노래를 부른 그룹 정도?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케이팝 아이돌로 자리매김해오는 약 7년여의 과정 동안 나에게 방탄소년단은 멤버가 몇 명인지, 어떤 장르의 음악을 다루는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여느 아이돌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음악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역시 첫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앨범의 수록곡인 00:00 (Zero O'Clock)이라는 노래를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슈가의 Shadow가 내면의 나를 알게 해 주었다면, 00:00이라는 노래는 지쳐있던 나를 위로해준 노래였다.
가사가 마치 벤치 옆자리에 앉아서 우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해주는 말 같아서,
그 토닥임에 꽁꽁 숨겨왔던 나의 아픔들이 터져 나올 때 눈물과 함께 스며들 말 같아서.
시간이라는 개념은 누가 만들었을까.
언어도 없고, 문명이 발달되지 않던 아기공룡 둘리가 나올 것만 같은 그 먼 옛날에도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고, 또한 없어서는 안 될 개념이다.
밤 12시가 땡 하면,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된다.
그 12시가 누구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나 보다.
아니, 꼭 거창한 의미가 있지 않았더라도 분침이 딸깍 바뀌는 그 순간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는 또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자기가 받은 위로를 전해주고자 이런 가사를 썼나 보다.
사실 열두 시가 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날짜와 요일만이 바뀔 뿐.
아니 사실, 날짜와 요일마저도 스스로 바뀌는 게 아니라 바뀐다고 사람이 인식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과 병행, 동행하는 사람의 익어감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1분이, 1시간이, 하루가, 일 년이 지나간다고 느낄 뿐이다.
왜 하필 12시일까?
어떻게 12시가 00:00이 되었을까.
어떻게 00:01로 시작해서 23:59로 끝내고 다시 00:00으로 리셋이 되는 걸까.
그건 누가 만든 법칙일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의 꼬리를 물고 궁금해했던 것 같다.
가사에서처럼 12시가 지난다고 무언가 새롭게 바뀌는 건 아닐 테지만
오늘이 어제가 되는 이 시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고생했다 토닥여주라고,
역시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방탄소년단의 이런 곡들은 큰 맥락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남을 사랑하는 것의 첫걸음이라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 또 다른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그래서 내가 세상을 안아주고 사랑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한 것이 참 잘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이 노래는 꼭 팬이 아니어도 들어보고 각자의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모르면서 편견을 가졌던 과거의 나에게 경솔했다 말해주고 싶다.
이 포스트를 보는 누군가가 만약 경솔한 중이라면, 얼른 그곳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노래를 듣다 보면, 그들의 마음이 가득가득 담겨있음을 곧 알아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