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셋!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_방탄소년단
최근 몇 년, 타인의 감정이나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본인의 감정쓰레기만 버릴줄 아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들은 당장에 자신들의 일만 급급해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직업 특성상 그런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정말 많이 힘들었고, 신체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내가 원해서 가지게 된 직업이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고, 무엇 하나 쉬운게 없었다.
그러다 방탄소년단의 둘! 셋! 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운전하면서 그냥 랜덤으로 플레이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느때와 같이 그 날도 퇴근길에 랜덤으로 음악을 듣고있었다.
신호등 색깔이 빨갛게 변했고,
가던 길은 붉은 빛 자동차들로 가득했다.
숨이 막혔다.
지금 이 길 위에 빽빽하게 늘어선 자동차들,
요리조리 피해가며 걷고있는 수많은 사람들.
이 도로 위에 가득한게 사람인지 자동차인지
난 여기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지쳐있는 심신 때문이었는지
빨간 신호등과, 자동차의 브레이크 등이 가득한 그 도로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게 꽉 막힌 그 도로가
지금 내가 서 있는 그 곳이
말 그대로 전부 '멈춤'같아서,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문득, 생각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한숨을 여러번 쉬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벗어나고 싶었다.
직장에서 느껴온 답답함이 켜켜히 쌓여
지금 멈춘 이 도로위에 가득히 내렸다.
정말 아득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공황장애가 오는걸까. 그들도.
물론 나는 공황장애까지 가지는 않는다.
다행이도 정신력이 강한건지, 성격이 그런건지
비교적 잘 털어버리고 회복하는 편이다.
고맙게도, 그 순간에 들려온 노래가 '둘셋'이었다.
차 안에서 혼자여서 다행이었다.
나의 힘든 모습이나 지쳐있는 모습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은데,
그 순간엔 많이 무너져 있었기에.
첫 가사에서 '꽃길만 걷자'하길래
'가요가 그렇지 뭐' 했다.
그런데 뒤이어 나오는 가사가 '그런 말은 난 못해'였다.
살짝 당황했다.
뒤이어 나올 노래 가사가 궁금해지는 바람에
붉디붉은 그 도로위에서 무너질 뻔 한 마음을 잘 붙들 수 있었다.
꽃길만 걷자
그런 말은 난 못해
좋은 것만 보자
그런 말도 난 못해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란 말
더는 아프지도 않을 거란 말
그런 말 난 못해
그런 거짓말 못해
머리가 띵했다.
보통 위로하려고 하는 말은
꽃길만 걷자, 좋은 것만 보자, 좋은 일만 있을거야, 이제 안아플거야.
이런 말인데
이상했다. 그런 쉬운 말, 쉬운 위로는 못한다. 그런 거짓말은 못한다.
솔직한 가사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위로해주고싶은데, 세상에 온갖 쉬운 위로의 말을 다 갖다 붙여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기에, 그런 쉬운 거짓말보단
우리만의 시그널인 '둘 셋'으로 슬픔도 잊고, 손 잡고 웃으면서
나쁜 날 보단, 그래도 좋은날이 앞으로 더 많기를 바라자고, 그렇게 믿자고.
손을 내밀테니 그 손을 잡고 웃으라는
그들의 가사가
정말 이상하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갓길에 잠시 정차하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었다.
처음엔 그냥 조금은 다른 화법의 위로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듣다보니, 자신들과 팬들을 위한 곡이었다.
여러 아픔들이 있었다는 것을 팬이 되고나서 알았는데,
이때도 막연했지만 노래 가사를 통해 대략의 감정은 이해했다.
활동을 하면서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고, 대중적으로 외면도 당했지만
그럼에도 곁을 지켜주고 계속해서 좋아해주고 따라와준 팬들에게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곡이었다.
우린 우리끼리 행복할게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내 손을 잡고 웃어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면 모든 것이 바뀌길
상처받지 말라고,
세상의 비난에 더는 상처받지 말라고,
혹 상처 받았더라도
괜찮으니 하나 둘 셋 하면 잊자고,
손 잡아줄테니 웃자고.
이런 따스한 위로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난 이제 그나마도 상처를 덜 받는다 이제는.
이 노래로 정말 제대로된 위로를 받아서인지
왠만한 상식을 벗어난 상황 아니고서는
대충...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많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조금 흔들릴때면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금 다잡곤 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위로로.